텐타시아의 전설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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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jj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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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타시아의 전설 - 프롤로그

Post by gcjjyy »

- 국왕성 앞

마차 위의 한 남자가 몸에 기름을 두르고 매우 사나운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국왕을 폐위하라!"

그 남자는 한 곳을 노려보며 성냥을 이용해 몸에 불을 질렀다. 자신의 몸 위에 타오르는 불길이 피부를 녹여 흘러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그 남자는 지켜보던 한 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길 한편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한 여성은 그 모습을 보고 기겁해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저..저런 미친놈들.."

시위를 막고 있던 국왕성 병사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이다! 모두 돌격하라!"

약 5백여명 이상 모인 시위대는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백여명 남짓 모여있는 수비병들을 향해 준비한 무기를 들고 일제히 돌진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검과 방패, 심지어는 식칼과 농기구까지 들고 나왔다. 전문적인 군대의 무기체계는 아니었으나 수비병들에게 피해를 입히기에는 충분했다. 수비병들은 최대한 방어를 하며 중간에 있는 한 사람을 향해 바라보았다.

"..."

말 위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건장한 남자가 매우 무거워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이 사람이 이 병사들을 이끌고 있을 것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이 남자는 시위대가 돌격을 시작하자 결국 입을 열었다.

"궁수부대, 준비하라."

- 척!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궁수부대가 일제히 사격 준비를 하였다.

"시민들은 소중하지만, 내게는 제군들이 더 소중하다. 공격하는 자들은 모두 죽여라."

말 위의 남자는 매우 평온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사격 개시!"

궁수부대의 화살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시위대의 숫자는 매우 많았으나 그들은 일반 시민이었다. 전문 군인, 그것도 국왕성의 수비대를 뚫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시위대는 궁수부대의 수많은 화살을 맞고 너무나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느닷없이 "아빠" 를 부르짖으며 시위대쪽으로 달려오는 어린아이가 있었다.

"사격 중지!"

갑자기 나타난 한 어린 아이를 보자 사령관은 사격을 중지시켰다. 신의 도움이었을까, 하늘을 가득 메웠던 수비대의 화살이 이 어린아이에게는 닿지 않았다.

아이는 쓰러져서 신음중인 한 남자를 부둥켜 안고 아빠를 죽이지 말아달라며 병사들을 보며 엉엉 울고 있었고, 이 장면을 본 시위대와 국왕성 수비병들 모두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 얼마나 애달픈 장면이란 말인가. 여기 모인 모두는 어느 부모의 자식일 수도, 한 아이의 아버지일 수도, 한 여자의 남편일 수도 있었다. 우리들은 어째서 서로를 죽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사령관은 목이 메여오는 것을 느꼈다.

5백여명에 달하던 시위대는 이미 절반이 넘게 줄어들어 있었고, 국왕성 수비대의 병력도 어느정도 줄어있었다. 사령관은 입술을 깨물었다.

"시위대는 들으시오!"

사령관이 크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오! 그대들은 나의 이웃이며 내 아버지의 친구들이며, 그 분들의 자식이다. 나는 그대들을 공격하고 싶지 않소!"

"하지만 나는 국왕을 모시는 자로서, 그대들이 계속 공격을 한다면 그대들을 망설이지 않고 죽일 것이오! 그대들의 이러한 방식은 결단코 원하는 결론을 낼 수 없소!"

"저기 울고있는 아이를 보시오! 나는 이번에는 여기서 끝내고 싶소! 필요하다면 대표를 정하여 나를 만나러 오시오! 국왕성 수비대 라인하르트를 찾아오시오!"

"지금부터 우리 수비대는 등을 돌리고 돌아갈 것이오! 그대들도 저 아이를 보고 느끼는 바가 많을 터! 여기서 멈추리라는것을 믿기 때문이오! 부디,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말길 바라오."

"전군, 돌아간다!"

"예 사령관!"

- 척!

사령관은 시위대로부터 등을 돌렸고, 그를 따라 모든 수비병들 역시 등을 돌렸다. 수비병들의 눈빛은 맑게 빛나고 있었고, 사령관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과 믿음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군대는 갑옷과 무기에 의해 철컹거리는 소리들을 내며 회군하기 시작했다. 다친 아빠를 안고 울고 있던 아이조차도 울음을 멈추고 회군하는 수비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화가 잔뜩 난 한 남자가 돌멩이를 집어던진 것을 제외하고, 시위대 역시 등을 돌리고 회군하는 군대에게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았다.




- 국왕성 알현실

"국왕을 뵙습니다."

라인하르트 사령관이 무릎을 꿇고 국왕에게 예를 다하였다.

"어떻게 되었는가."

텐타시아 5대 국왕 브륀할트는 왕좌에 앉아 턱을 괴고 반쯤 감긴 눈으로 물었다.

"시위대는 모두 시위를 멈추고 돌아갔습니다. 수비병력의 약 5할을 잃었습니다."

"그래.. 잘했다. 돌아가거라."

브륀할트 국왕이 말했다.

"에엣?"

국왕 옆에 있던 고문관 히에른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말했다.

"이보시오 수비대장! 그 정신나간 놈들을 그냥 돌려보냈단말이오? 어째서 다 죽이지 않았소! 그들을 되돌려보내면 후에 또 골치아프게 시위를 해댈텐데!"

"..."

라인하르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만하거라 히에른. 더 생각하기도 귀찮다. 라인하르트경은 들어가거라."

"예 국왕폐하."

라인하르트 국왕성 수비대 사령관은 수염을 다듬으며 일어나, 뒤돌아서 알현실을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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