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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의 모험

양말의 모험 시나리오
Written by Briscape

프롤로그

누가 말했었지.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전 세계는 끊임 없이 전쟁을 이어왔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과 기술력은 끝을 모르고 발전하고 있었다. 한 때 전 세계를 통합하고 영원한 평화를 주장했던 '서희'가 죽은 바로 그 해, 서희의 통치에 반대하던 여러 세력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여러 지방 곳곳에서 일어난 작은 분쟁들이 얽히고 섥혀, 몇년만에 지구 전체가 전쟁의 불바다로 변하였다. 사람들의 가치관은 변질되어갔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점차 허물어져 갔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져 오는 예언이 있었다.

곧 해가 지고 다시 달이 떠오른다.
세상 만물이 어둠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니
해가 진 후 정확히 300년이 흐른 뒤에
먹구름의 틈새로 내린 가느다란 빛줄기들이
다시 태양의 존재를 알게 한다.

고대의 예언자 '마스 아이아시'가 한 이 예언은, 그들에게 전쟁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유일한 희망이였다.
그리고 '서희'가 죽은지 정확히 300년 후에, 7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등장인물

양말
서희력 300년 3월 20일 대한민국의 자치도시 '인천'에서 출생.
평범한 가정집에서 3형제중 막내로 태어남.
어려서부터 여러가지 학문을 공부하였음.

싸이
서희력 300년 8월 11일 대한민국의 자치도시 '인천'에서 출생.
부유한 가정집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남.
'서희'의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설.
예술적, 정신적인 능력이 탁월한 싸이는 부모님의 의도에 의해
일반학교에 가지 않고 마법학교에 입학하여 마법을 배웠음.

마씨
서희력 300년 11월 2일 잉글랜드 왕국의 수도 '런던'에서 출생.
고대 예언자 '마스 아이아시'의 후예라는 설.
영적인 능력이 뛰어난 마씨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음. 정령사의 소질.
그런 이유로 어렸을적부터 친구들에게 정신병자로 놀림당하여,
그들과 자주 싸웠고 자연스럽게 검술을 익혀 자신만의 독특한 검술을 갖고 있다.

867
서희력 300년 10월 18일 잉글랜드 왕국의 자치도시 '본머스'에서 출생.
7살때 집을 나와 기사가 되기 위해 왕국의 수도 런던으로 갔다.
어려서부터 반항심이 많고 고집이 있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끝까지 해내고 마는 독기있는 성격.

황형
서희력 300년 7월 10일생, 노스아메리카의 자치도시 '뉴욕'에서 출생.
군인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글과 식물, 의학에 관심을 보임.
자신이 만든 여러 의술 비법을 갖고 있음.

테팔
서희력 300년 5월 27일생, 노스아메리카의 자치도시 '뉴욕'에서 출생.
황형과 어려서부터 친한 친구. 전설의 싸울아비 '기파랑'의 자손.
타고난 키와 덩치로 친구들 사이에서 영웅으로 자랐음.

의연
서희력 300년 9월 3일생, 유럽대륙의 '아일란드'에서 출생.
어려서부터 달을 좋아하며, 달이뜨면 영적인 능력이 향상되는 현상이 나타남.
주 무기로 문-사브레(Moon-Sabre)를 사용하며 달빛의 기운을 흡수하는
능력을 갖고 있음.

Episode 1

  • 때는 서희력 319년 3월 20일.. 오전 10시

"덜컹" 급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나의 친구 마씨가 들어왔다. 마씨는 나와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과 함께 이곳 대한민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6년째 친구사이로 지내고 있는 영적인 능력이 뛰어난 친구다.

"야이 미친 양말 오늘 생일인거 왜 얘기 안했냐."
"허허허, 생일이 뭐 별건가."
"시끄러워. 오늘 애들 모아라. 한번 마시고 죽자!!"
"쓰읍.. 나 요즘 피부관리 해서 술먹으면 안되는데.."
"지랄?! 남자가?! 아무튼 내가 모은다..
누굴모아야 되나.. 일단 료코 부르고, 싸이 부르고, 제임스한테 연락을 해봐야겠다."

흠.. 여기서 료코는 우리 마을 촌장님의 외동딸로서 나랑 친한 여자아이이다. 나와 나이가 같고 굉장히 아름다운 금발의 아가씨다. 료코는 나를 그냥 친구로 생각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좀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그녀를 부른다니 일단 기분은 좋다. 싸이는 나랑 같은동네에서 태어난 친구다. 학교를 같이 다녔으면 좋았을텐데, 그녀석은 일반학교에 다니지 않고 마법학교를 다녔다. 녀석이 마법쓰는걸 보면 굉장히 신기하다. 난 아직 그런거 하나도 할 줄 모르는데말이야..

  • 1시간 후...

"어이 양말 전화 다 했다. 내가 이런 것 까지 챙겨줘야되나."
"흐으..-_a-"
"흐으..-_a-라니.. 심심한 자식.. 아무튼 오늘 오후 7시에 마을 펍에서 모이자."
"어어. 그래. 고맙다."

"덜컹"

마씨가 나갔다. 아직 나의 소개를 안 했군.. 나의 이름은 양말이다. 나는 300년 3월 20일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 대한민국의 인천에서 태어났다. 우리 아버지는 현재 나라의 교역을 담당하는 고위 직책에 계시다. 그래서 항상 왕궁에 계시며 집에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들어오신다.
어머니께서는 약초를 정제해 포션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신다. 내가 나이 어렸을 적에 어른들께서 나에게 '예언의 아이' 라는 말들을 자주 하곤 했는데.. 그게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거 까먹고 산지 오래 되었다.

오늘은 나의 19번째 생일이다. 생일때마다 매번 같은 친구들을 보지만, 싫지는 않다. 료코는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 말도 붙이기 힘들 정도다. 예전엔 줄곧 소꿉장난도 하고 그랬는데..

몇 년 전부터 검술을 공부하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검술을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신다.
그래서 혼자 몰래 숨어서 해야 하는게 골치아프다. 하지만 검술은 재밌다. 내 자신과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도 검술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아무튼 저녁 7시까지는 아직도 6시간이나 남았다. 오늘도 검술 연습이나 해야겠다.

"휙"
"챙"
"슈욱~ 슈욱~"
"..."
"......"

  • 5시간 후...

"헉.. 헉.. 젠장.. 배고프다.. 힘들고.."
"1시간 남았군. 좀 씻어볼까."

  • 목욕탕

"촤악~~ 촥~~"
"아이고 시원해~~ 역시 땀 흘린 후의 샤워가 최고야. 흐으."
"응? 이게 무슨소리지."

목욕탕의 창문 틈새로 굵직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톰슨, 애들 데리고 지금 가라. 이번에 성공 못하면 죽을 줄 알아라. 빨리 끝내고"
"예 형님. 절 믿으십쇼."

뭐야? 기분 나쁜데...

"난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을 테니 여자를 데리고 코볼트동굴로 와라."
"예 형님. 그럼 가겠습니다."

아니.. 이자식들 여자를 납치하려는 생각인가? 나쁜녀석들!!
나는 녀석들의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창문으로 살며시 내다보았다. 하지만 한녀석은 벌써 갔는지 보이지 않고 다른 한녀석도 뒷모습만 보였다. 굉장히 거대한 크기에 빨갛고 긴 머리털.. 웬지 두려움이 느껴지는 녀석이다. 앗! 녀석이 돌아보려한다!

'스슥'
난 잽싸게 숨었다. 그나저나.. 이 사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따르릉~ 예. 인천경찰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리따운 아가씨의 음성이 들렸다. 경찰인가?

"네 저는 양말이라고 하는데요.. 방금전에 강도들이 모의하는걸 엿들어서 신고하려고 전화했습니다."
"그래요? 무슨일이신지 상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방금 목욕하는데 창문밖으로 소리를 들었어요. 오늘 여자를 납치해서 코볼트 동굴로 데려간다는 내용이였어요."
"코볼트 동굴 말씀이십니까??"
"네. 확실해요. 코볼트 동굴이라고 했어요."
"아가야. 장난전화 하지 말아라. 우리동네에 그런게 어딨니?"
"확실하다니까요. 잘 찾아보면 있겠죠."
"아무튼 요즘 어린노무쉐끼들 때문에 경찰생활 하기 힘드네 진짜."
"엥..?? 맞는데..?"
"닥쳐!! 한번만 더 장난전화 하면 전화번호 추적해서 다리몽둥이를 뽀사~뿔 테다!"
"철컥"

헉.. 뭐 이런여자가 다 있어.. 참 나.. 나도 몰라. 범죄가 일어나면 지들만 손해지.
앗, 벌써 시간이 다 됐네. 펍으로 가야겠다.

나는 옷을 챙겨입고 마을 펍으로 갔다.

펍에 들어가니 마씨와 싸이, 그리고 제임스가 있었다. 마씨가 나를 봤다.
"어이 양말 하여튼 맨날 늦냐. 존경하는 마스 아이아시 님께서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자와 가까워 지지 말라 하셨다."
"미안하다. 좀 일이 있어서. 그런데.. 료코는?"
"모르겠다. 전화해도 안 받고.. 이상해. 무슨 일 있나?"

"아.. 나 오줌.."
싸이가 오줌이 마렵다며 야외화장실로 나갔다.

그렇게 료코 얘기를 하면서 맥주를 홀짝홀짝 마신지 20분 정도가 지나고..
"싸이 이놈은 변기통에 빠져 죽었나.."
"퍽!!"
갑자기 싸이가 들어왔다.

"양말!! 마씨!! 료코가 실종됐대!!"
"뭐???" 우리들은 일제히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몰라. 지금 촌장님, 경찰 떠서 난리났어! 나와봐!"

  • 바깥(펍 입구 주변)

바깥은 광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였다. 30분 전 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상인 것 같았다.
촌장님과 경찰관들, 마을사람들이 엉켜서 정신이 없었다.
나는 아무 사람이나 잡고 물어봤다.

"무슨일이예요? 왜 실종됐어요?"
"뭐야 이놈은? 나도 몰라. 난 그냥 구경꾼이야. 헤헤헤"
'이런 제길'

난 다시 경찰관 한명을 잡고 물어봤다.
"죄송한데요, 제 친구인데 무슨일인지 말해주실 수 없나요?"
"그래? 료코는 약 2시간 전에 사라졌고, 마을 길거리에서 료코의 신발 한 짝이 발견되었다는구나."
"뭐라고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만 납치범의 소행으로 여겨진다. 바쁘니까 절로 가라."

'2시간 전?'
나는 갑자기 아까 그 녀석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그녀석들이 료코를 납치한 것 같았다.
"야 마씨, 싸이, 제임스"
"어?"
"나 료코가 어디있는지 알것같애. 나랑 같이 가자."
"뭐라고? 우리들끼리?"
"어어-_a-"
"위험하지 않을까. 경찰에 알리는 편이.."
"아니야. 료코는 우리 친구잖아. 우리의 힘으로만 구해보자. 마법을 잘 하는 싸이도 있잖아."

"절대안돼. 다 죽을거야." 마씨가 극구 거부했다.

"난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나도." 싸이와 제임스가 말했다.

"뭐?? 이놈들..-_-;; 에라 모르겠다. 죽기야 하겠냐."

결국 마씨와 나, 싸이와 제임스 4명이서 료코를 구하러 가기로 했다.

"근데 료코가 어디있는데?"
"코볼트 동굴"
"-_-;;;"
"왜?"
"뭐야 여기서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그런게 있다는 소리는 전혀 못 들었어."
"뭐어때.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나올거야."
"허허.." 모두들 허탈해 했다.

  • 양말의 집..

나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 집으로 와서 인터넷에 접속했다. 네이버에서 코볼트 동굴을 검색했더니 여러가지가 나왔다. 코볼트 사진, 동굴 사진, 이상한 만화, 등등..

"어? 이건가?"
"딸깍"

코볼트 동굴 : 대한민국 인천의 계양산에 존재하는 옛 동굴이다. 예전에 코볼트들이 주로 서식하였다고 알려지나 아직까지 그 동굴 주변에서 코볼트를 본 사람은 없다. 지금은 등산객들의 대소변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거 맞나보다!!"

우리는 그렇게 코볼트 동굴에 대한 단서를 갖고 구출작전을 시작했다.

...

  • 코볼트 동굴

"그래. 여자는 잡아왔나?"
"예. 데리고 오겠습니다. 얘들아, 여자를 데려와라."

검은 복면을쓴 사내들이 빨간머리의 커다란 사람에게 여자를 데려와 보여주었다.

"호오라.. 아름답도다.."
"..."

"말이 없군. 좋아. 아무튼 우리는 네가 인천 촌장의 딸이고 이름이 료코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 그리고 너는 우리의 원대한 계획에 있어서 꼭 필요한 인물이지. 뭐 결국 너의 애비가 내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만 말이다."

"날 놔줘요!!"
료코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하하. 여자들이란, 단순해.. 니가 놔달라고 하면 내가 놔줄 것 같냐? 응?"

  • 계양산 기슭...

"에라이.. 코볼트 동굴같은건 보이지도 않는군." 마씨가 말했다.
"이상하군.. 어딘가에 있는게 확실한데.."
"으엇!! 곰이다!!"

우리 일행의 앞에 나타난 것은 키가 3m 정도 되는 거대한 흑곰이였다. 녀석은 자다 깼는지 굉장히 사나운 눈으로 우리를 쳐다봤고, 우리는 곧 녀석과의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을 했다.

"쉬이익!!" 녀석이 팔을 힘차게 휘둘렀다. 근처의 나뭇잎들이 녀석의 강한 발톱에 날카롭게 베어졌다.

"윽... 어떡하지,."
나는 준비해 온 장검을 꺼내들고 입을 꽉 다물었다. 지금까지 연습해 온 검술을 시험할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돌진햇다!
"이야아~!!!! 이 빌어먹을 곰새끼!!!~~"
"스걱"

"크오오오오오오~~!~~!!"
내 검을 그녀석의 한쪽 손목을 동강냈고 녀석은 천둥소리만큼 커다란 괴성을 질러대며 도망갔다.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어떠냐. 내 검술이! 이름하야 YM검술이시다!"
"오오~ 멋지다~~ YM검술~"

그때였다.
"꽤애애액..~~!!!!!"

"엉? 이게 무슨소리지?"
"아까 그 곰같은데?"
"무슨일이지? 가보자."
"그래"

우리들은 곰이 흘린 핏자국을 따라갔다. 1분이 조금 넘게 걸어갔다. 그러자 그 곳에는 아까 그 곰으로 보이는 곰의 시체와 검은 복면을 쓴 사내 3명이 있었다.

"흐억!" 마씨가 깜짝 놀랐다.
"텁!(마씨의 입을 막으며) 쉿! 조용히해!" 싸이가 마씨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어이. 거기 누구냐!"
"이크.. 들켰다.. 도망가자!!"

우리는 잽싸게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검은 복면의 사내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헤헤헤.. 요놈들보게.. 어딜 도망가려고.."

'이..이런.. 어떡한담?'

당황해 하고 있는 나를 뒤로하고 싸이가 앞으로 나섰다.

"웃기지도 않는군. 일개 도적 나부랭이 주제에!"
"도적? 우리가 도적으로 보이나?"
"그럼 네놈들같이 우중충하게 입고다니는 부류가 도적밖에 더 있나?"
"이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말하는거 보게.. 죽여라!!"

도적들이 우리들을 향해 칼을 들고 돌진했다.
싸이가 마법을 시전한 것은 바로 그 찰나였다.

"익스플로전(Explosion)"

싸이가 냉정한 목소리로 마법의 명칭을 말했다. 마법을 시전할 때 명칭을 말하는 것은 위대한 자연과 정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로서, 사념이 들어가 있으면 안된다는 얘기를 싸이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대로 싸이의 마법 호명은 그동안의 싸이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의 사람, 다른 세계의 목소리 같았다.

"쿠콰콰콰콰콰쾅~~!!!"

우리의 주위에 붉은 원이 그려지더니 그 밖으로 큰 폭발이 있었다. 도적들은 폭발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지금은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다.

"대단하다 싸이.."
"훗.. 이것은 익힌지 며칠 안 됐는데 화계 마법중 좀 쓸만한 축에 속하지. 흐흐."

제임스가 거들었다.

"그런에 이거 어떡하지, 이대로 두다가는 산이 홀랑 다 타버리겠어."

"걱정마. 이정도 불 끄는 건 나에겐 식은 죽 먹기다. 그리고 화계 마법을 메모라이즈 할 때는 항상 수계 마법도 같이 해놓지. 이런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오오~ 정말 대단하다~"

싸이는 또 마법을 시전했다.
"아이스버그!!(Iceberg)"

싸이가 마법을 시전하자 불길이 타오르는 곳을 전부 덮을만한 크기의 빙산이 생겼고, 그 빙산은 불길과 함께 섞이면서 불길은 완전히 진화되었다.

마씨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놈들 근데 아까전에 한 말이 신경쓰여.. 도적이라고 했더니 아니라는 듯이 말했잖아."
"흐음.. 글쎄.. 하지만 좋은 놈들이 아니라는건 알겠는데."
"아무튼 웬지 느낌이 안 좋다. 커다란 일에 휘말릴 것 같은 느낌이야."
"나도 점점 두려워 지긴 해. 하지만 료코를 구해야 하잖아."

제임스가 나섰다.
"맞아.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끝장을 봐야 하는 법."

"좋아. 가자!"

그때 싸이가 우리를 말리며 말했다.
"잠깐. 가기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게뭐지?"
"저녀석들의 시체를 뒤지는 일이다."
"헉.!"

끔찍하게 타 죽어 있는 시체를 뒤진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여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싸이는 계속 말했다.

"너희들은 '성문 종합모험전략'도 안읽어보았냐! 그 책에 보면 모험중에 적군이나 몬스터의 시체는 꼭 뒤질 필요가 있다고 쓰여져 있다. 그것은 모험중에 필요한 물자를 획득하기 위함이지. 잘하면 돈이나 값비싼 보석도 얻을 수 있다고."

"아아~~" 우리들은 녀석의 논리에 완전히 설득되었다.

'부스럭 부스럭'
피부각질이 녹아내리고 옷과 털들은 모두 타 없어졌으며, 폭발로 인해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있는 시체를 뒤지는 일은 여간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제 이 시체가 깨어나서 음흉한 미소를 지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한 30초쯤 뒤지다가 싸이가 말했다.
"오.. 이것봐라 꽤 많이 건졌다."

우리는 녀석들의 시체에서 금화 20GP 와 정체모를 카드 3장, 단검 3개, 그리고 이상한 열쇠를 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을 제임스가 메고 있는 배낭에 넣은 뒤 다시 코볼트 동굴을 찾아 나섰다.

출발하고 1분 뒤 난 생각했다. 아까 그 녀석들이 도적이 아니라고 한 것이 여간 마음에 걸려서였다. 그리고 난 동료들에게 말했다.

"어이 동료들. 아까 그녀석들이 분명히 이번 사건, 코볼트 동굴과 관련이 있는 놈이라는 내 생각이다."
"흐음.. 나도 어느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만.." 싸이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작정 찾아다닐 게 아니라, 그녀석들이 있었던 지점을 주변으로 원을 그리면서 찾아보는게 어때? 녀석들이 있었으니 그 주변에 분명 아지트가 있을 것이야."

제임스가 말했다.
"후후.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나침반과 마커(Marker)를 준비했다."
"오오~ 역시 제임스~"

여기서 마커(Marker)란 모험자 길드에서 직접 생산해서 파는 수제품이다. 왔던 길을 또 다시 가지 않기 위해, 모험자들이 미로나 던전 같은 복잡한 길을 다닐 때 쓰는 물건이다. 제임스는 그것을 약 30개 정도 사온 듯 했다.

마씨가 제임스에게 말했다.
"우오.. 너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것들을 다 샀냐?"
"아 이거, 저번에 펍에서 술먹다가 어떤 늙은 모험자가 이제 늙고 지쳐서 모험을 할 수 없다며 나에게 주었다. 괜찮은 사람이였던 것 같은데.."
"그렇구만.. 나중에 그 사람 보면 꼭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 그 사람 이름이 뭐지?"
"이름은 나머르딩. 마법사처럼 보였지."
"나머르딩이라, 꼭 기억해야 겠군."

우리는 마커와 나침반을 이용해 그녀석들이 나온 곳을 중심으로 나선형의 원을 점점 크게 그려가며 동굴을 찾았다.

  • 약 20분쯤 지난 뒤....

'스슥'
"엇? 이게 무슨 소리지?" 싸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소리가 난 쪽을 살펴 보았다. 낙엽이 잔뜩 쌓인 흙바닥이 쓰윽 올라오더니 뚜껑이 열리고 거기서 사람이 두 명이 나왔다. 아까와 같이 검은 복면을 쓴 사내였다.
제법 가까운 거리여서, 우리는 그들이 얘기하는걸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이녀석들 어딜간거야. 전병력 집합에 빠지다니.. 간뎅이가 부은건가?"
"그러게.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지도 모르지."

그들은 그렇게 얘기하며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 잠시 후..

우리는 그 입구 앞에 섰다.
나는 싸이에게 말했다.
"윽.. 저런 곳에 비밀 출입구가 있었구나.."
"원래 땅 속으로 파여져 있는 동굴인데 수백년간 낙엽과 기타등등이 쌓이면서 저렇게 저절로 숨겨진 것 같다."
"인터넷에서 본 걸로는 사람들의 대소변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던데.."
"글쎄.. 여긴 오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데, 입구가 두개인가? 아니면 비밀통로일지도 모르지."

제임스가 말했다.
"그래. 아무튼 여기서 계속 얘기하다간 누가 보겠다. 결정했으면 빨리 들어가는게 어때."
"OK. 들어가자."

우리는 그렇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은 곳곳에 횃불이 걸려있어 매우 환했다. 하지만 횃불들 때문인지 동굴 안의 온도는 매우 높았다.

  • 마을 회관 회의실

마을 회관 회의실에서는 촌장과 참모들의 회의가 열리고 있다. 마을 회관은 크게 촌장실, 인사참모실, 치안참모실, 경비참모실, 재정참모실, 회의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회의실은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다.

촌장이 말했다.
"경비참모, 이게 어찌된 일이오.. 우리 마을의 경비 수준은 꽤 높은걸로 생각했소만.."
"죄송합니다. 촌장님. 뭐라 할 말씀이 없습니다만, 현재 마을 경찰 경비 병력을 총 동원하여 수색작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허어.. 딸아이가 납치된지 벌써 12시간이 흘렀소.. 무사했으면 좋으련만.."

치안참모가 말했다.
"촌장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블랙블러드 일당으로 추정되는 의상을 입은 자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뭣이??!! 블랙블러드라고!!..."
"예. 검은 복면에 등에 빨간 X자.. 이런 복장이라면 블랙블러드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아니.. 블랙블러드파가 우리 작은 마을에 무슨 볼 일이 있다고..."
"글쎄.. 저도 올바른 추측은 현재 불가능한 상태이지만, 아무래도 촌장님의 예전의 그 일 때문인 것 같습니다."
"뭐..뭣이.. 알고 있었는가?"
"예. 치안참모로서 그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과연.. 블랙블러드 파가 우리마을, 아니, 나에게 볼일이 있다면 과연 그 일 때문이겠지.. 큰일이로다.."

재정참모가 물었따.
"무슨일입니까? 우리 다른 참모들도 알면 안되겠습니까?"

치안참모가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저는 마을의 모든 보안과 정보를 총괄하기 때문에 저절로 오게 된 정보입니다. 그리고 참모님들께서 아시면 문제만 더 커질 뿐입니다."
"허어.. 알겠소.."

인사참모가 말했다.
"그리고 촌장님. 하나 더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만, 오늘 마을에서 실종사건이 4건이나 더 있습니다."
"뭣이? 무슨 사건인가?"
"료코의 친구들 4명, 양말, 마씨, 싸이, 제임스 이 4명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경비참모가 끼어들었다.
"아..!! 그애들이 그 애들이로군..!"

촌장이 물었다.
"무슨말인가?"
"어제 오후에 료코의 친구 양말이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했던 일이 있습니다."
"뭐라고?"
"강도들의 모의하는걸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자를 잡아가서 어디로 데려간다는..."
"뭣이라!! 그걸 왜 이제 얘기하는건가!!!"
"죄송합니다.. 말단 여직원이 장난전화인줄 알고 무시해 버렸습니다."
"에헤~~!! 자네 일을 어떻게 그따위로 하나? 옷 벗고 싶나?!!"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부하들 교육을 철저히 시키겠습니다."
"이런..이런..쯧쯧.. 마을 꼴이 말이 아니구만.. 뭐, 지나간 일을 얘기해봤자 득될 것도 없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인사참모가 말했다.
"없어진 4명의 친구들은 아마 료코를 찾으러 간 것 같습니다. 잘못 하다가는 그들까지 일에 휘말릴 수 있으니 어서 경찰병력을 출동시켜야 합니다."

경비참모가 말했다.
"그 4명의 친구들은 아마 '코볼트 동굴'이라는 곳을 찾아갔을 겁니다."
"뭣이? 그게 어딨는 동굴인가?"
"제가 알아본 바로는 계양산의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허구인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즉시 2개 중대 병력을 동원해 철저히 수색하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치기로 하고, 해산하도록 하지. 치안참모는 나와 좀 더 얘기해 보도록 하세."
"예 촌장님."

  • 코볼트 동굴

"아아.. 정말 덥다.." 싸이가 높은 온도에 괴로워했다.
"그러게..."

우리는 20m 를 곧장 걸어갔고, 거기서 3개의 문을 만날 수 있었다. 문에는 창문이 달려있지 않아서 안을 볼 수 없었지만, 문 아래쪽으로 약 10cm 높이의 틈이 있었다.

"하하. 동굴에 웬 문이야. 안어울리네." 마씨가 웃으며 말했다.

제임스가 말했다.
"함부로 들어가지 말고 틈새로 보고 들어가는게 좋겠다."

"그래." 마씨가 대답하면서 문틈으로 엎드려 얼굴을 들이밀었다.

"퍽."
"아야.!"

마씨가 얼굴을 들이밀자 마자 문이 열리며 사람이 한명 나왔다.

'헉....!!!"

나는 깜짝 놀랐다. 어제 봤던 그 뒷모습의 남자였다. 남자는 키가 2m는 족히 되어보였고 불타는 듯한 빨갛고 긴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얼굴은 온갖 칼자국이 도배되어 있었고, 굉장히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딜 나가려고 했는지 허리엔 장검이 달려 있었고 간단한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이런.. 쥐새끼들이 들어왔었군.."

"으윽.."
우리 4명은 모두 그녀석의 엄청난 중압감에 커다란 공포를 느꼈고 어느 누구도 그 상황에서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바로 그때, 우리 중 그나마 전투력이 가장 뛰어난 싸이가 나섰다.

"에라이! 죽어라!! 파이어 아로우!!(Fire Arrow)"
"펑.."
"엥..?? 간지럽지도 않군.. 내 앞에서 이 따위 잔기술을 쓰다니.. 너희들은 나를 화나게 만든 것이다. 스겅~"

녀석은 허리에 차고있던 장검을 뽑아들었다. 그 검은 굉장히 희귀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날의 길이는 약 1.5m 정도는 되어 보였고, 날 끝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전부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마치 날 손잡이에서부터 끝으로 점점 검은 기운이 퍼져나가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고, 그 칼을 보자마자 나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하하하.. 너희들도 이 칼을 맞고 뼈까지 녹아 죽어라. 이야아!!!"
"으아악~~!"

녀석은 먼저 마씨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마씨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녀석의 검을 피했다.

"하하.. 이런 쥐방울만한 것들이.. 용케도 내 검을 피했구나."

나는 그때 직관적으로 이녀석은 덩치가 큰 만큼 움직임이 둔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4명이서 덤벼들면 어쩌면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때 마씨가 단검을 꺼내들고 녀석에게 돌진했다.
"이얍!!"
"푹"

마씨의 단검은 녀석의 오른쪽 허벅지를 찔렀다.

"윽.. 이런 애송이들이.. 으랴아아아아!!!" "퍽"

녀석은 주먹을 크게 휘둘렀고, 그 주먹에 맞은 마씨는 동굴 벽까지 튕겨져 나갔다.

"에잇!! 모두 이녀석을 잡아!! 그리고 싸이가 쎈 마법을 날려봐!!"

나와 제임스가 이녀석에게 달려들었고, 몇도 뒤에 마씨도 같이 달려들었다.
나는 녀석의 상처입은 오른쪽 다리를, 제임스는 왼쪽 다리를, 마씨는 등뒤에서 그녀석을 잡았다.

"싸이!! 빨리 날려!!"
"알았어!! 간다! 라이트닝 볼트!!(Lightenning Bolt)"

그런데 싸이가 마법을 시전하자 마자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푸욱"
"으아아아악!!!!!"

'헉'
제임스가 녀석의 장검에 찔렸다.

"지지지지지지직!!"
"크아악!!"

녀석의 장검이 제임스의 등을 깊숙히 찌른 채로 녀석은 오른쪽 눈에 라이트닝 볼트를 맞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성공이다!! 이녀석 얼굴은 약하구만!!"
"으아악!! 이런 애송이자식들!!"
녀석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제임스가 칼에 찍혀있는채로 칼을 마구 휘둘렀다. 제임스는 몸통이 칼에 짖이기며 결국은 칼에서 빠져 튕겨져 나왔다.

"이..이런.. 제임스!!"

"으아아아아!! 챙! 챙!!"
하지만 그녀석의 광기어린 몸부림에 우리는 제임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와 마씨는 계속해서 단검을 들고 치고 빠지는 전술을 쓰며 눈먼 녀석의 온몸을 찔러댔고, 녀석의 움직임은 점점 둔해져갔다.

"이때다!! 받아라, 아이스 미사일!!(Ice Missile)"
"푸욱.."

싸이가 시전한 아이스 미사일은 녀석의 머리통을 정확히 관통해, 녀석은 그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 그리고 녀석이 쓰러지자 마자 우리는 바로 제임스에게로 달려갔다. 하지만 제임스는 이미 온몸이 녹아내릴대로 녹아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몸통은 칼에 찔린 상태로 이리저리 난자되어 커다란 구멍이 난 정도였고, 이미 피는 녀석의 온몸을 덮었다. 하지만 그 상태에도 녀석의 녹아내리는 눈은 우리를 보며 눈물짓고 있었다.

"으아악!! 제임스!!!!"
"무.."
"뭐라고???!!"

녀석의 반쯤 남은 입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무.."
"흑흑.. 제임스!!"
"무서워.."

녀석은 마지막 말을 남겼을 때 이미 녀석의 살갗은 다 녹아 피와 섞여있었고, 이윽고 뼈까지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흑흑.. 이게뭐야!!!!!!!!!!!!!!!!!!!!!!!!" 마씨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나의 멱살을 잡았다.
"양말 이 개자식아!! 그래서 내가 오지 말자고 했잖아!!"
"..."
"이게 다 너때문이야 이 빌어먹을자식아!! 퍽!!"

마씨는 나에게 힘껏 주먹을 날렸고, 주먹을 맞은 나도 밀려오는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마씨에게 달려갔다.

"나도 슬프다고 이자식아!!! 퍽!!"
"퍽퍽 퍽 퍽 이 개자식!!"
"퍽퍽"

그때 싸이가 냉정하게 주문을 시전했다.
"슬립(Sleep)"

  • 계양산 기슭

"중대장님!! 여기 사람 시체가 있습니다!!"
"뭣이라??"

지금 이 사람은 '더 락 경정(Police Major. The Rock)'. 경찰 병력의 제 5중대장을 맡고있는 긍지높은 경찰이다. 검술과 검기술에 능통하며 장래가 보장되어있는 촉망받는 경찰이다.

"이것은 역시.. 블랙블러드파로군."
"예."
"중대장님! 여기에 이상한 것 발견입니다!"
"무엇인가? 가져와보게."
"여기 있습니다."
"자네 이게 뭔지 모르나?"
"예..? 무슨 제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헤헤"
"쯧쯧.. 경찰이 이런것도 모르다니. 이건 마커라는 걸세. 같은길을 헤매지 않기 위해 모험자들이 갖고 다니는 물건이라네. 주로 미로나 던전을 탐험할때나 주위에 어떤 찾기 힘든 장소를 찾을 때 이용하지."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런게 이게 왜 여기 있는거지..? 누군가 여기서 어떤 장소를 찾고있었다는건데.."
"없어진 촌장님 딸의 친구들이 아닐까요?"
"역시 그렇겠군!! 전달해라. 모든 병력 이곳으로 집합!!"

순식간에 5중대의 병력 80여명 정도가 중대장을 중심으로 모였다.

"자! 잘들어라! 지금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나가면서 장소를 찾는다. 시간이 없으니 지금부터 바로 수색 시작!!" "예!"

수색을 시작한지 3분만에 코볼트 동굴의 위치는 금방 파악이 되었다.

"뭣이? 이런곳이 실제로 존재했었군. 자! 내가 선두를 설 테니 기동특공조만 나를 따르도록!! 나머지는 이곳에서 내가 나올 때까지 대기한다. 내가 3시간만에 돌아오지 않으면 일단 해산하도록.!"

"예!"

그렇게 해서 더 락 경정과 5중대 기동특공조 7명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코볼트 동굴 안

'으.. 음..'

잠에서 깨어난 나는 마치 꿈을 꾼 듯 했다. 료코가 납치된 일, 제임스가 죽은 일, 덩치큰 녀석과 싸운 일, 마씨와 싸운 일 등... 모두 꿈 속의 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옆을 보니 마씨도 나와 동시에 깨어난 듯 했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싸이가 말했다.
"이제 일어났냐. 15분짜리 슬립 주문이라 정확히 15분이 지나니 깨어나는군."

"뭐야 싸이 우리를 왜 재운거냐."
"그상태에서 너희 싸움을 중지하려면 그것이 가장 탁월한 선택이였지."
"제임스는..?"

"죽었잖아. 너희들이 잠든 사이 내가 마법으로 한곳에 응축시켜 배낭에 넣어 놨다. 여기에 묻어주기는 영 내키지 않아서 말이지."

싸이는 계속 말했다.
"이녀석이 죽어도 슬퍼해 줄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는게 정말 안타깝다. 이제 그렇게도 그리워 하던 부모님과 여동생이 있는 곳으로 갔으니.. 잘 된 일인지도 모르지. 곱게 가지는 못 했지만."

마씨가 말했다.
"그녀석의 마지막 눈빛이 마음에 걸린다. 일찍 부모와 동생을 잃고 혼자서 정말 힘들게 살아가던 놈이였는데 말이야. 어.. 근데? 저거.."

마씨는 죽은 빨간머리의 시체 옆에 놓인 검은색 칼을 가리켰다. 그러자 싸이가 대답했다.

"아까 전부터 저 상태다. 계속 붉으스름한 아지랭이가 피어나오고 있어. 너무 뜨거워서 만지지도 못하겠다.. 검이 화난건가..? 무슨 저주라도 걸렸는지..쩝.."

마씨가 말했다.
"아니다. 저건 숙주를 잃은 마검.. 저 검은 계속 또 다른 숙주를 찾으려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난 그게 느껴져."
"역시. 어려서부터 귀신을 자주 보더라니. 저 칼에는 무슨 귀신이 보이냐."
"내가 봤던 것들은 귀신이 아니라 정령들이야. 그리고 저 칼은 너무 피에 물들었어. 내가 한번 저 칼을 좀 달래볼까."

그렇게 말한 마씨는 자세를 바로 잡고 앉아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약 20초 후... 마씨가 눈을 뜨고 두 주먹을 쥐고 손등이 밑으로 가게 앞으로 내민 후, 살며시 손을 폈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싸이가 말했다.
"하하. 너의 눈에 이런 종류의 정령이 보일리가 없지. 지금 나는 저 검의 분노를 풀기 위해 '아리엔' 이라는 정령을 불렀다. 그리고 지금 아리엔은 저 검 주위에서 녀석의 분노를 삭히고 있어."

"오~ 신기하구만.."

그러자 검에서 붉게 피어나오던 아지랑이가 점점 없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신기함에 나도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오오!! 정말이다!!"

약 4분 정도가 지났다. 싸이가 마씨에게 물었다.

"마씨.. 저거 언제까지 저래야 되냐?"
"글쎄.. 내가 하급 정령밖에 다루질 못해서..흐흐.."
"헉!!"

싸이가 놀라서 나도 검을 쳐다보니, 아지랑이는 다 없어지고 이젠 칼날의 검은색 부분이 점점 원래의 흰색을 되찾고 있었다.

"우와... 저 검은색이 저주 때문에 저렇게 된거였단 말이야?? 신기하구만.."

이윽고 검은 원래의 모양을 찾았고 나는 검을 만져봤다.

"안뜨겁다!"

마씨가 말했다.
"잠깐, 정령에게 물어보도록 하지."

마씨는 다시 눈을 지긋이 감고 약 1분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떴다.

"그 칼은 누가 일부러 저주를 걸었던 적은 없고, 너무 많은 사람을 베다 보니 자연스레 분노와 비애의 정령들이 자리잡게 되었다는군. 내가 불러낸 기쁨의 정령이 그녀석들을 다시 되돌려 보낸거야."

"오오.. 그럼 이제 이 칼은 내가 써야겠다. 우리중에서 장검을 다룰 수 있는건 나밖에 없으니까. 불만없지?"

나머지 두 녀석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멋진 롱소드는 나는 감당하지도 못할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이가 말했다.
"자 아무튼.. 우리 목적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어서 료코를 구하러 가자."
"어느 문으로 가지?"
"이녀석이 나왔던 문으로 가자."

출발하려는 순간, 나는 싸이의 왼쪽 팔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어? 싸이 그거 왼팔에 뭐냐? 팔찌처럼 생긴거."
"아. 말 안했군. 너희들이 잠든 사이 녀석의 몸을 뒤졌는데, 돈 몇푼하고 이게 나오더군. 마력이 느껴져서 일단 팔에 찼다. 하하."
"그렇군. 좋아 아무튼 가자."

우리는 녀석이 나온 2번째 문으로 들어갔다. 문으로 들어가자 역시 또 길다란 통로가 나왔다. 마씨가 말했다.

"아니 여기 사는놈들은 무슨 통로마다 이렇게 길어?"
"코볼트들의 습성이다. 코볼트들은 동굴을 깊고도 길게 파지.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좀 걸으니 또 문이 나왔다. 이번 문은 좀 단단하게 생긴 돌로 된 문이었다. 문 위쪽에는 철창처럼 생긴 창문이 나 있었다.

'뭐지?'
나는 철창 창문을 통해 반대편을 보았다. 반대편에는 굉장히 커다란 광장 같은 곳이 있었다.
광장 한 쪽에서는 약 20명 정도의 검은 복면 일당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다른 군데군데에도 보초병처럼 서있는 놈들이 좀 있었다.

"윽.. 무슨 땅속에 이런 큰 광장을 만들어 놓았지.... ... 헉!!!"

나는 깜짝 놀랐다. 광장의 맨 앞쪽에는 우두머리 같은 녀석이 앉을만한 커다란 의자 몇 개와, 그 오른쪽에 있는 철창 안에 잠들어 있는 료코가 보였다.

"료..료코다!!!"
"뭐라고?!!"

싸이와 마씨도 철창으로 바로 달려와서 보았다.

마씨가 말했다.
"확실해.. 료코다. 다행히 철창 앞에 보초병은 없군.. 숨어들어가면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싸이가 대답했다.
"아니다. 어차피 철창 안에 갇힌 료코를 구할면 어떻게든 저기있는 녀석들과 싸워야 해. 숨어들어가서 구할 수는 없을거야."
"그런가.. 음.. 좀 겁나는데. 수가 너무 많아."
"아니야. 저기 모여있는 20명 정도는 내가 전체마법으로 한번에 쓸어버릴 수 있을 듯 싶다. 어차피 일개 도적떼니까."

내가 말했다.
"좋아. 그럼 싸이가 저녀석들에게 마법을 날리는대로 기습을 해서 녀석들을 없애버리자!"
"오케이. 근데 싸이 너 마법은 충분히 남아있냐?"
"아니. 아침에 메모라이즈한건 이게 마지막이다."
"헉.. 제기랄.. 믿음이 사라지는구만.."
"괜찮아. 메모라이즈 한것들 중에서는 가장 쓸만한 녀석이니까. 그리고 잔 마법들은 시도때도 없이 쓸 수 있다."
"그래. 자 바로 시작하자."
"에잇!!"
"쾅"

나는 문을 발로 차 열어버렸다. 몇 놈이 눈치채고 이쪽을 쳐다봤다.

"자. 간다!!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r Strike)!!"
"헉.. 그런 엄청난걸??"

동굴 광장의 위쪽에서 커다란 구체 하나가 생성되더니, 20명들이 앉아서 놀고있는 곳에 정확히 떨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고 연기가 자욱하게 생겼다.

"콰콰쾅..!!!!"

"적의 기습이다!!!!!"

녀석들이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연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걱정마라. 데블아이(Devil Eyes)"

싸이가 마법을 시전한 후 나와 마씨의 손을 잡은 후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녀석에게 이끌려 보이지도 않는 길을 무작정 뛸 수밖에 없었다.

"오케이 다 왔다." 싸이가 말했다.

연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잘 보니 우리는 벌써 료코가 있는 철창 앞에까지 와 있었다.

"오. 싸이 대단한데?"
"흐흐... 이정도야. 자 어서 료코를 구해서 나가자!"
"그런데 이 철창을 어떻게 열지?"
"헉..."

우리는 모두 당황해 했다. 그리고 연기는 점점 가라앉아, 결국 완전히 없어졌다.

"..." 싸이가 갑자기 한쪽을 쳐다보며 말을 잃었다.

우리는 싸이에 이상함에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은 아까 싸이가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날린 곳이였다. 죽어서 가루가 되어 있어야 할 20명이 버젓이 살아서 우리쪽을 쳐다보고 인상을 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치잇.. 어떻게 된거지.. 마법의 레벨이 낮아서 그런가.."

우리는 일이 심각하게 꼬인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녀석들을 자세히 보니, 나머지 녀석들과 다른 복장을 한 녀석이 하나 있었다. 검은 로브를 입고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후드를 덮고 있는 녀석이였다.

"제기랄, 마법사가 있었다니... 낭패다." 싸이가 말했다.

그리고 검은 로브를 입은 녀석이 우리에게 걸어오면서 말했다.

"너희들이 루갈을 죽인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네놈이 들고 있는 것은 루갈의 칼인가?"

녀석이 내 칼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어차피 루갈 같은 놈이 죽으나 사나 난 관심 없다. 하지만 웬지 나에게 구체 하나짜리 쓰레기 메테오를 날린 녀석들을 살려 보내기가 싫구나."
"윽.."
"내 소개를 하지.. 나의 이름은 믹키오천이다. 마법을 쓰는 놈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봤을텐데.. '다크아이즈 믹키오천' 이라는 이름을.."

"헉.." 싸이가 놀랐다.
"왜? 대단한 녀석이야?"
"마법학교 수업중에 들은 적이 있다. 전설의 흑마법 계승 가문, 다크아이즈에 대해서.."

녀석이 후드를 벗으며 웃었다.
"하하하. 우리 가문에 대해서 알고 있군."

후드를 벗은 녀석은, 새카만 눈알을 갖고 있었다. 마치 악마 같은 모습이었다.

싸이가 계속 말했다.
"자기 맏아들에게만 전수하고 그 외에는 절대 전수하지 않는 전설의 흑마법 '인퍼널'... 그것을 전통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사악한 집안 다크아이즈... 책에서만 보던걸 실제로 겪고 있다니.. 하하.. 신기하군."

"웃어? 머리에 피도 안마른 하바리 마법사가, 전설의 다크아이즈 가문의 계승자에게 쓰레기 메테오를 날리고 웃다니.. 정신이 나갔군.."

녀석이 인상을 구겼다.

"마법이라는건 이렇게 쓰는거다.. 잘봐라."
"인퍼널, 블랙홀(Infernal, Blackhole)"

그러자 갑자기 녀석의 머리 윗쪽으로 조그마한 공간의 일그러짐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은 순식간에 팽창하면서 주위의 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녀석의 동료들이 제일 먼저 빨려 들어갔다.

"으악!! 믹키오천님!!!!!"
"아아아악!! 살려주십시오~!!!!"

녀석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믹키오천은 호쾌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원래 너희 같은 쓰레기들은 이렇게 죽는 것이 제일 어울려!!"

일그러짐이 점점 커짐에 따라 우리에게도 영향이 오기 시작했다.

"아..안돼.."
"도망가자!!"
"안돼! 료코는!"
"이..일단 도망가야돼!! 빨리!!"

우리는 녀석에게서 멀리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달려지지가 않았다. 이미 블랙홀의 힘은 커질대로 커져 있었다.

"으..으윽.. 달릴 수가 없어!! 어떻게 해!!"
"으악.. 이대로 죽는건가??"
"으아아아아악~~~~"

마씨가 블랙홀을 향해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싸이, 양말!! 도와줘!!!"
"윽...;;"
"안돼~~~~~~~~~!!!!!"

마씨의 몸이 붕 뜨더니 블랙홀 쪽으로 날아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땅으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우리를 잡아당기던 힘도 사라졌다.

"어..어떻게 된거지?"

우리는 믹키오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검은 눈과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곤 바로 온몸이 동강나서 땅에 툭 툭 떨어졌다.

"어이.. 너희들 괜찮나?"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우리가 들어왔던 그 돌문 앞에 키 큰 근육질의 한 사내가 굉장히 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는 힘껏 점프를 하더니, 한번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착지했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 아무말을 할 수 없었다.

"어이 너희들 괜찮나?"
내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죠?"
"난 인천의 경찰 더 락이다. 계급은 경정이고. 현재 기동중대 중대장을 맡고 있지."
"촌장님의 딸을 구하러 왔다. 더불어 너희도 함께."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신거죠?"
"하하. 이래뵈도 꽤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너희들은 아직 모르나보군. 난 검기술 마스터다. 아주 멀리서도 사람을 벨 수가 있지. 재미삼아 보여줄까나."

더 락은 좀 뒤로 물러서더니 커다란 장검을 휘익~ 하고 한번 휘둘렀다. 그러자 죽어서 동강난 믹키오천의 시체가 한번 더 쫘악 갈라졌다.

"허억.. 대단하다..."
"하하하. 료코의 철창도 갈라보도록 하지."

"헉.. 철창까지.!!"

더 락은 다시한번 철창쪽을 향해 칼을 휘익~ 휘둘렀다.

"챙!"

철창은 약간 흔들림이 있을 뿐 아무 손상도 나지 않았다.

"으윽.. 뭐여. 이거 왜이러지? 에잇 에잇 에잇!!"
녀석은 칼을 마구 휘둘렀다.

"챙, 챙, 챙"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제기랄.. 뭔가 좀 단단한 합금인가본데?? 원래 이런 것 정도는 껌인데 말이야... 핫핫핫핫핫.."

"으..으응..?"

칼소리에 료코가 깼다.

마씨가 소리쳤다.
"료코!!"
"어?? 마씨, 양말, 싸이, 더 락 경정님까지..?? 다들 어떻게..."
"뭐가 어떻게야, 당연히 널 구하러 왔지."
"정말..?"
"그래!!...." 마씨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임스의 일이 생각나는 듯 했다.
"고마워 친구들!!"
료코는 우리를 향해서 웃음지었다. 그모습이 마치 천사와도 같아 우리는 황홀해졌다.
"그런데.. 이 철창에서 빨리 좀 꺼내줘. 정말 기분나빠. 여기."

그때 싸이가 갑자기 말했다.
"아!! 이거 한번 해봐야겠다." 싸이는 배낭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열쇠 하나를 꺼냈다. "아 싸이, 그건 아까 동굴 밖에 녀석들에게서 얻은 것.."
"어, 한번 해보자."

"드륵 드륵 틱 틱"
"철컹"

철창이 열렸다.

"오.. 푸하하하하하.. 이게 이 열쇠였구나.!!"
"와~!! 운좋다.!!"
"호오.. 자네들 대단하구만." 더락이 미심쩍게 말했다. 웬지 의기소침해 진 모습이었다.

"자, 빨리 마을로 돌아가자."

  • 40분 후..

우리는 40분이나 걸어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 동굴 밖에는 수많은 경찰들이 쉬고 있었다.

"중대장님!! 해내셨군요!!"
"하하. 나를 알지 않느냐! 이 더 락이 못하는 일이 있었나?!!"
"역시 대단하십니다!!"

"짝짝짝짝짝~~"
경찰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내가 받는 박수는 아니였지만, 난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나도모르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경찰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가 촌장님을 뵈었다. 촌장님은 울며불며 료코를 껴안았고, 우리는 촌장님의 배려로 마을의 최고급 숙박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쉴 수 있었다.

우리는 그 날 제임스의 시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제임스가 들어있는 상자를 마을 뒷산에 묻어주었다. 그리고 녀석이 들고 싸우던 단검을 비석으로 세우고, '친구를 구하려고 목숨까지 바친 우리의 평생 친구 제임스' 라는 푯말을 걸어주고 이곳을 우리들의 비밀장소로 명명했다.

그리고 하루 뒤, 료코의 무사귀가를 기념하는 잔치가 촌장댁에서 열렸다. 더락은 술을 마시며 우리의 이야기를 촌장과 마을사람들에게 해 주었고, 우리는 마을에서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제임스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잔치중에 잠깐 화장실 간다며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가니 마씨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마씨 여기서 뭐하냐,"
"하아.. 그냥.. 제임스 생각이 나서.."
"나도 제임스 생각이 난다."

그런데 우리 뒤에서 또 누군가가 달려나오고 있었다.

"양말!! 제임스가 죽었다는게 사실이야??"
"..."
"으아앙!!!~~~"

료코는 내 앞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곧 싸이가 담배를 피며 걸어나오며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제임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군. 먹고 떠들기에 바빠."

나는 료코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료코 울지마. 그녀석은 가족들 보러 더 좋은 곳 간거야."
"흑흑.. 그래도 나 때문에.. 제임스가.."

료코의 울음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

마씨가 말했다.

"양말, 니 그 칼 말인데.."
"응.. 왜?"
"그거 꼭 써야되겠냐."
"..."
"난 웬지 아직도 그 칼에서 제임스의 비명소리와 짖눌린 내장 냄새가 나는것 같아서 너무 역겨워.."
"역시 그런가.. 좀 그렇겠지..?"

료코가 얘기를 들으며 놀란 눈치였다.
싸이가 끼어들어 말했다.

"친구를 죽인 검을 쓴다는 것.. 단순하게 보면 일종의 배신 처럼 보일 수도 있어."

마씨가 물었다.
"보일 수도 있다? 그럼 배신이 아니라는건가."
"응.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해 보자. 만약에 저 검을 버리거나 부숴버린다면, 그게 과연 제임스에 대한 예우일까?"
"...생각해보니 그것도 좀 그렇군."
"아니면 제임스의 피 냄새가 아직도 배어있는 저 검을 다른사람이 쓰면서 그 위에 온갖 잡다한 피를 묻힌다면, 그것은 또 어떨까.
그러니까 내 생각은, 저 검에는 제임스의 죽음이 연관되어 있어서 굉장히 안좋을 수도 있지만, 차라리 다른사람이 사용하거나, 부숴버리기 보다는.. 우리가 사용하는게 좀 더 낫다는 얘기야."
"그렇군, 내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었어."

내가 말했다.
"그래 얘들아.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맙고.. 난 이 검을 평생 간직하면서 제임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거야.."
"그래..!! 양말아. 괜히 트집잡은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
"아니야. 뭘... 흐으.."
"내일은 제임스 집에 가서 물건정리좀 하고.. 뒷마무리 하자."
"그래."

  • 다음날..

나와 마씨 싸이 료코는 모여서 제임스의 집에 왔다. 5년 전이 생각이 났다. 제임스는 14살때 전쟁으로 인해 부모님을 잃고 하나뿐인 동생과 함께 이곳까지 도망쳐 왔다. 그때 마씨, 나, 싸이, 료코는 4명이서 항상 같이 놀고 있었는데 그때의 장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먼지와 피로 얼룩진 제임스 형제의 얼굴.. 제임스의 동생은 이미 의식을 잃어 있었고 의식이 없는 동생을 질질 끌고 온듯, 동생의 다리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에 우리는 넋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료코의 집으로 그 둘을 데려가 촌장에게 말하고, 치료를 받게 하였지만 이미 제임스의 동생은 싸늘한 시신이 된지 오래였다. 그 후로 제임스는 엄청나게 날카롭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마을에서 정해준 허름한 집에 항상 박혀 지냈다. 하지만 료코와 우리들이 마음을 열고 계속 제임스에게 우정을 베풀어 준 결과.. 점점 온화한 성격이 되었던 것이다.

싸이가 나무가 썩어 허름해진 천장을 보며 말했다.
"지독한 운명의 장난인가..."

우리는 제임스의 집을 정리하고 그가 남긴 물품들은 서로 나누어 가져 제임스를 기리기로 했다. 그리고 집을 나왔다.

"허그거거거거걱!!!!" 중절모를 쓰고 리어카를 끌고가던 한 할아버지가 나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 왜그러시죠?"
"자네.. 그 칼집에 들어있는 칼좀 꺼내보겠나.."
"네..? 왜요? 누구신지 말을 하셔야..."
"아아.. 내가 좀 무례했나, 미안하군. 나는 나머르딩이라고 하네.. 젊을때는 한가닥 하는 마법사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고철을 모아 파는 일을 하며 먹고 살고 있다네.."
"나머..르딩..??" 마씨가 놀랐다. 그리고 나도 놀랐다. 분명히 제임스에게 마커를 준 바로 그 사람 이름이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제임스에게 마커를 준 그.. 맞으시죠?"
"마커..?? 아아... 내가 저번에 주점에서 한 젊은이에게 마커를 준 적이 있지.. 눈빛이 좋아서 말이야.."
"..." 모두들 말을 잃었다.
"그렇군.. 잘 알았네. 유감이로구만.."
"헉.."
"놀랄 것 없네. 사람의 마음을 읽는것 정도는 아직 할 수 있거든.. 아무튼 그 칼좀 이리 줘보게나. 확인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네... 여기요.."

나는 칼집에서 그 칼을 할아버지게에 꺼내드렸다.

"이..이건...."
"할아버지, 왜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이 검은 마검이다."
"!!!" 모두 놀랐다.

마씨가 말했다.
"그 검은..!! 제가 정령에게 물어본 바로는.. 그냥 일반 검에 비애의 정령들이 서린거라고.."
"허허.. 보아하니 자네는 아직 미숙한 정령사군. 아마 하급정령들밖에 못다루지??"
"네..."
"하급정령들은 아는것이 없네. 그저 상급정령들의 심부름꾼에 불과해. 이검은 마검이 맞네."
"그렇다면.."
"설명해 주지. 이 검은 굉장히 희귀한 검에 속하는 '블랙스톤 롱소드' 라고 불린다네. 전 세계에 딱 4개밖에 없지. 예전에.. 한 200년 전.. 지금보다 전쟁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안좋은 상황에서 다크아머 제국의 제국군 소속 장인이 만든 검이라네. 블랙스톤 롱소드의 특징은.. 분노를 주입해 주면 색이 검게 변하고 마기가 생겨 베인 모든것들을 녹여버리지. 보여줄까?"

나머르딩은 칼을 쥐더니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칼집에서부터 검날이 점점 검게 변하고, 다시 예전처럼 붉은 기운이 퍼져나왔다.

"헉...."
"자 이상태는 이 검이 내 분노를 모조리 빨아드려 굉장히 화가 난 상태이네. 이상태에서 검을 휘두르면..."

"스걱"

나머르딩은 옆의 나무를 베었다. 그러자 그즉시 나무가 녹아들어가더니 이내 증발해 없어져버렸다.

"윽...!!!! 이럴수가...!!"

나머르딩이 다시 눈에 힘을 풀자 검은 이내 다시 하얗게 돌아왔다.
나머르딩이 나에게 검을 돌려주며 말했다.

"자네는 눈빛이 선하구만. 이 검을 사용할때는 냉정해야 하네. 자칫 잘못하면 검에 의해 자네 자신이 지배당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주의하게나.."

나머르딩은 그렇게 말을 하고 다시 리어카를 끌고 '고철~'이라고 외치며 가버렸다..

  • 그 검의 이름은 블랙스톤 롱소드. 바스타드 소드의 일종으로 마신의 저주에 걸린 검. 베 이는 사람은 모두 뼈까지 녹아들어 죽게 됨. 하지만 그 검의 힘과 마력은 상상을 초월함. 추가인물 : 싸이 여자친구 보아 11월 5일생 AB형 다국어에 능통하고 직업은 음유시인+댄서 파판5에서 등장하는 직업들인데-_-;;

Episode 2 : 황형과 그 일행 이야기 Episode 3 : 연금술사 세드 Episode 4 : 마씨의 각성